평소에는 작품 내용에 대해서 언급을 피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그냥 내용에 대해 쓸 생각인지라 스포일러를 신경쓰시는 분들께는 주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예방선을 칠 겸 추가해보자면, 이번 영화에서도 스탭롤 도중이나 후의 추가영상은 없으니 바쁜 분들께선 바로 일어나셔도 괜찮을거 같습니다.
처음 이 영화의 홍보영상이나 팜플렛을 보았을 때는 피츠제럴드의 배신으로 아들을 살해당하고 본인도 죽도록 버려졌다가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온다는 것에서 '널 찾아낼 것이다, 찾아내서 반드시 죽여버릴 것이다' 같은 내용을 기대했었습니다.
실제로 후반부에는 복수를 위해 피츠제럴드를 쫓아가서 잡아죽이려고 하고, 중간중간에도 피츠제럴드가 아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되새기는 장면들이 나옵니다만...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복수라기보다는 제목의 뜻대로, '죽음에서 살아돌아오는 과정'을 쭉 그리고 있더군요.
큰 부상의 고통이나 아메리칸 원주민 부족의 추격, 눈폭풍 등으로 생사의 고비를 오고갈 때 환상을 보는 장면의 몽환적인 느낌과,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을 치는 장면의 처절하고 긴박한 느낌이 오고가는 분위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부터 화살이나 총, 도끼질에 사람이 썰리고 뚫려죽는 장면이 나오고 동물의 내장을 그대로 뽑아내서 파먹는 장면들이 긴박하긴 하지만 담담하게 나오는게, 이런 장면에 내성이 부족하신 분들에겐 조금 자극적일지도 모르겠다 싶긴합니다.(전에 본게 헤이트풀8인지라 거기에 비교하면 몹시 얌전하고 부드럽게 느껴졌습니다만;;)
주인공이 산 속에 버려져 돌아오는 내용이다보니 산 속이 주 무대이긴 하지만, 미군 부대나 프랑스인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거래를 하거나 마을에서 학살을 벌이는 등 극 중 당시의 시대상 일부를 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더군요. 주인공과 함께 있는 미군 부대가 원주민들에게 계속 습격을 당한게 가죽 밀렵 때문인줄 알았지만 사실 그 부족의 처자가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해서 찾으려는 것이었는데, 정작 납치한 범인은 열심히 추격하면서 족친 미군이 아니라 그들이 미군에게서 빼앗은 가죽을 거래하던 프랑스인들이었다는(이들인지 긴가민가했지만 말 다섯마리 언급이) 아이러니한 상황이 겹치는게.....
결말 부분은 죽음에서 돌아온건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간 것인지 조금 헷갈리긴 하지만, 결국 복수를 신에게 맡긴다는 선택을 한 후 아내의 환영과 헤어지는 장면으로 보건데 복수를 이룰 때까지는 완전히 돌아온게 아니라 죽음의 경계에 걸쳐져 있다가 다시 돌아왔다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과 함께 증오나 분노 뿐만 아니라 회한, 그리움 등 온갖 감정을 표현하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를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