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이었는지 올해 초였는지 벌써 까먹었지만, 국내에 나온 모리미 도미히코 씨의 작품들을 읽어볼 때 작 중 무대가 교토가 아닌 작품이란 소개를 보고서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했었는데, 간만에 도서관에 가보았더니 나와있어서 읽어보았습니다.
표지에서 SF물이란 점을 크게 내세우고 있어서 예전 작들과 전혀 다른 내용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괴이라는 것이 요괴 같은 것에서 SF스러운 것이란 점을 빼면 그렇게 크게 달라진 느낌은 안 들더군요. 예전 작품들 중에서 굳이 비슷한 느낌의 작품을 꼽아보자면 '밤은 짧아~'라거나 '연애편지의 기술'(이쪽은 괴이 요소가 없었지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하지면 역시 이번 작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느낌을 주는 점은 변함이 없는데... 무대가 교토가 아니란 점보다도, 주인공이 엄청나게 진지하고 생각을 많이 하는 초등학생이라는 점이 더 크게 느껴지더군요.
어제의 자신에게는 질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매일 기록을 남기고, 마을에 펭귄이 출몰하는 사건을 보기 전부터 우주의 '사상의 지평선'이라거나 같은 반 왈패 녀석을 중심으로 하는 학급 내 인간관계를 소재로 연구를 하는 등 초등학생 맞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예전 작들에서 나오는, 잉여스러운 라이프에 불타오르는 대학생 주인공들과 비교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이 그냥 애늙은이인건 아니고, 양치질 하는걸 빼먹거나 여동생보다 먼저 잠들면 '머리를 많이 써서 지친거다'라고 하는 등 어린아이다운 면도 있습니다. 특히 같은 초등학생들 간의 연애감정에 대해서는 다른 친구가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 하거나 좋아하는누나의 가슴을 보고서는 유방은 좋다고 순수하게 생각하는 부분에서는, 잉여 라이프 뿐만 아니라 번뇌 덩어리였던 주인공들이 다시금 떠오르더군요.;;
주인공이 이렇게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같은 작가 분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이번에도 역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란 점은 변함이 없는지라 꼭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